<무비무비>양수리 촬영소는 귀신 소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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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855회 작성일 02-11-2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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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사 관계자들과 점심식사 중 나눈 잡담의 한토막. “양수리 종촬소(정식명칭은 서울종합촬영소)에 춘사관이란 숙박시설이 개관했다니 앞으론 스태프들이 호강하겠네요.” “좋긴 한데 과연 거기 들어가 자겠다는 사람이 있을까요.” “왜요.” “(부르르 몸을 떨며) 종촬소에 귀신이 득실거리잖아요. 자다가 한밤중에 귀신 볼 생각만 해도 무서워 죽겠네.”



춘사관 관계자가 듣었다면 “축하는 못해줄 망정, 웬 고춧가루 뿌리는 소리”냐고 펄쩍 뛰었을지도 모르지만, 사실 종촬소는 처녀귀신, 아기귀신 등 온갖 귀신이 시도때도없이 출몰하는 곳으로 악명이 자자하다. 목격자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스튜디오 천장의 빔에 걸터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는 귀신, 거꾸로 대롱대롱 매달린 귀신, 녹음실에서 ‘죽어’ ‘집에 가고 싶어’ 등 대본에도 없는 대사를 흘려보내는 귀신 등 재주도 여러가지란 것.



종촬소에 유난히 귀신이 많이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음기가 모이는 골짜기 때문이란 풍수지리설, 예전에 묘지터였다는 설, 작업하다 순직한 영화인들의 원귀 때문이란 설, 살인적 노동에 시달리는 스태프들의 환각설 등 이유도 가지가지다.



오는 11월15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이은주, 정준호 주연의 ‘하얀방’도 종촬소에서 이상한 일을 겪었던 모양이다. 주인공 이은주가 촬영 틈틈이 듣던 CD에서 어느날 갑자기 이상한 아이 목소리가 들렸는가하면, 죽기 직전의 장면을 찍을 땐 이은주 뒤로 정체모를 그림자가 두번씩이나 지나갔다고.



이 그림자는 필름에도 그대로 담겼는데, 1초당 24프레임인 영화 특성상 단 두개의 프레임에만 그림자가 찍히는 것은 도저히 인위적으로 조작하기 불가능한 속도라며 제작진은 갸우뚱거리고 있다. ‘하얀방’ 홍보담당자의 말. “귀신보면 대박난다는 속설 때문에 일부러 만들어낸 이야기로 오해받을까봐 걱정이에요.”(물론 목소리는 전혀 걱정스럽지 않다)



종촬소 관리부에서 귀신 소탕을 위한 푸닥거리를 벌였다는 소리가 없는 것을 보면, 한국영화의 황금기는 종촬소 귀신님들이 보살핀 덕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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