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고 장수촌 오키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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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7,256회 작성일 04-04-2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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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장수국 일본. 평균 건강수명(일생 동안 건강하게 사는 기 간) 73.6세로, 스위스(72.8세) 스웨덴(71.8세) 호주(71.6세) 프 랑스(71.3세)나 한국(67.4세)을 삶의 양과 질 양면에서 앞서는 ‘건강·장수의 천국’이다.(세계보건기구 2001년)

그 중 오키나와는 인구 10만명당 100세 이상 비율이 39.5명으로 13년째 일본 내 수위를 지키는 현(縣)이다. 따뜻한 기후와 어류 ·채소·해초·돼지고기를 즐기는 삶이 제주도를 닮은 곳. 장수 의 ‘본향(本鄕)’ 오키나와에서 건강 백세인의 보편적 특성을 찾아보았다.



<나이 80 이면 어린아이에 불과하고, 90세가 되어 (하늘의) 부름 을 받거든 100세까지 기다려 달라고 돌려보내라. 우리들은 나이 가 들수록 의기(意氣)가 성해지고, 자식들에게 기대지도 않는 다. 장수를 과신하는 이가 우리 마을을 찾거든, 자연의 혜택과 장수 비결을 일러 주어라. 우리 오기미 마을 노인들은 이곳이 일 본 최고 장수 마을임을 선언하노라―93년 4월 23일 오기미 노인 클럽연합회>



일본 오키나와(沖繩)현 북부, 세계적인 장수촌 오기미(大宜味) 는 ‘장수 선언 비석’으로 외지인을 맞는다. “눈감기 전까지 일하고, 이 나이까지 사는 걸 모두에게 감사한다오.” 다이라 마 쓰(95) 할머니가 정정한 걸음으로 나와 인사를 건넸다.



마을 전체 인구 3500명에 90세 이상 노인이 80명. 장수 노인들 은 대부분 나이를 훨씬 거스른 건강한 표정·자세·동작을 지녔 다. “날씨가 따뜻해(연평균 22도) 연중 야외활동을 할 수 있 고, 홀로 사는 노인이 많지만 이웃이나 분가한 자녀들과의 교류 가 많아 ‘주관적 건강 만족도’가 높습니다.” 다이라 가즈히코 (平良一彦) 류큐대(琉球大) 교육학부 교수(의학박사)는 ‘식습 관’ ‘활동성’ ‘대인관계’를 건강 장수의 세 요인으로 꼽았 다.



◆ 소식(小食)과 영양균형 =‘배의 80%만 채워라(はら はちぶ).’ 오키나와 장수인들은 대체로 이 원칙을 지키고 있었다. 다이라 교수는 “오키나와 백세인 2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 과, ‘만복(滿腹)은 피해도 하루 세 끼를 빠뜨리지 않는다’는 답변이 90%를 넘었다”며 “규칙적인 식사는 규칙적인 생활리듬 과 쾌면(快眠)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식사에 쏟는 정성과 관심은 매우 높다. 관광명소가 된 오기미 마 을 음식점 ‘에미의 집’ 요리사 긴조 에미코(金城笑子)씨는 “전통 식단이 당뇨·고혈압·비만 같은 생활습관병을 자연 예방 하는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다이라 교수는 “오기미 백세인은 기름기를 뺀 삶은 돈육·어류 ·야채·해초·콩류(類)의 섭취량이 다른 지역보다 1.5~3배 많지 만, 식염 섭취량은 하루 7g 이하로 조사됐다”면서 “먹는 게 보 약(의식동원·醫食同源)이란 믿음의 실천이 장수의 제일 요인이 됐다”고 했다.



◆ 활발한 대인 접촉 =크레이그 윌콕스(Willcox) 오키나와 현립 간호대 교수(의료인류학 박사)는 “원시신앙·조상숭배 같은 종 교적인 삶과 연중 16가지가 넘는 전통행사 참여를 통해 스트레 스 자연 해소능력이 생겼고, 특히 지역행사에서 여성들의 역할 이 큰 것이 여성 장수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오키나와는 일본 현(縣) 중에서 평균 수명이 여성 1위(86세), 남 성 4위(78세)인 ‘여성 천국’이다. “생리적 요인도 있지만, 정 년(停年)을 ‘역할 종료’로 여기는 남성과 달리 여성들은 지역 사회 내 역할이나 이웃과의 교류를 노년까지 지속해 건강한 삶 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다이라 교수의 분석이다.



◆ 생애 현역(生涯 現役) =고령에도 몸을 끊임없이 움직이는 전 통이 있다. 농사·옷감 염색·해초 채취 등 생업을 계속하고, 운 동·자원봉사·노인회 활동을 즐긴다. 다이라 교수는 “이런 활 동성 때문에 오키나와 백세인들은 옷 입기·목욕·화장실 이용 같은 ‘일상생활 동작 능력’이 다른 지역 고령자들보다 월등하 다”고 말했다.



●101세 오쿠시마 할머니



새벽 6시면 이웃과 산책… "외로울 틈 없어"



“태어난 마을을 지키고, 아직껏 밭을 일구는 나는 얼마나 행복 한 사람이오. 도시 사는 자식·손자들이 찾아올 때마다 내가 가 꾼 채소를 나눠주는 게 낙이라오.”



일본 오키나와(沖 )현 오기미(大宜味) 마을에서 만난 ‘현역 백 세(現役 百歲)’ 오쿠시마 우시(101) 할머니. 자신의 집을 찾은 ‘마을 친구’ 다이라 세츠코(89)씨와 가녀린 비가 지나간 길을 함께 거닐었다. 장 바구니로 사용하는 손수레에는 지팡이를 꽂 아 두었다.



“날이 영 궂으면 집에서 TV를 보지만, 보통 아침 6시면 일어나 이웃 노인들과 산책을 하지. 아침을 먹은 뒤엔 밭에 나가 고야· 무·당근 같은 채소를 가꾼다오.” 아열대 태양 아래 검게 그을 은 할머니의 손은 솥뚜껑이요, 치마를 걷어 보여준 종아리는 코 끼리였다.



1946년 전란(戰亂)으로 한 살 위 남편을 잃고, 혼자서 6남매를 키워낸 강인한 생활력.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딸(76)은 “어머 니 외고집을 꺾은 이는 단 한 명 없고 말다툼을 하면 백전백승이 죠. 옷 입고 몸 씻는 일도 혼자 할 만큼 아직 정정하세요”라고 했다.



“이 마을 노인들은 대체로 혼자 살아. 젊은이들이 밥벌이 찾아 죄다 도시로 떠났으니 자기 앞가림은 해야 하잖아.” 할머니는 “인근 학교 학생들도 내 집 앞을 그냥 지나치는 법 없이 안부 나 장수 비결을 묻지. 난 외롭지 않아”라고 했다. 할머니는 해 가 지기 전까지 또래 노인들과 해변을 거닐거나, 이웃 집을 옮 겨 가며 차를 마신다고 한다. 아라카와 마사시(후쿠오카대 의학 부 박사과정)씨는 “노인들을 존경하는 문화는 분명 장수를 견인 하는 요인이다”고 했다.



할머니는 한 끼 식사에 40분씩 천천히, 하루 세 끼를 빼먹지 않 았다. 저녁 9시 잠자리에 들기 전, 쑥을 넣어 만든 전통 술 아와 모리를 한 잔씩 들이켠다고 했다. “기분 내키면 두 잔도 들지. 장수는 모든 이들로부터 받은 축복이고, 내 한 몸 책임질 수 있 을 때까지는 살고 싶어.” 오쿠시마 할머니는 “인생의 가치는 하루하루 생활 안에 있고, 일상을 즐기며 사는 것이 가장 중요 한 것 같다”고 했다.



(오키나와=朴瑛錫기자 yspark@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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