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국토기행] 경기 김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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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7,151회 작성일 05-08-04 15:20본문
옛날 의좋은 형제가 길을 가다가 금덩이 두 개를 주워 나눠 가졌 다. 그런데 동생이 자기 것을 강물에 던져 버렸다. 형이 없다면 둘 다 가졌을 텐데 하고 잠시 생각한 게 부끄러워서 그랬다는 말 에 형도 금덩이를 버렸다.
‘금을 버린 포구’라는 뜻의 투금포(投金浦)가 경기도 김포시 의 옛이름이다. 거기서 첫 글자가 빠져 금포로 불리다가 김포가 됐다고 한다.
김포는 반도다. 서울 쪽에서 흘러온 한강이 김포반도를 끼고 북 서로 돌아 서해로 빠져 나간다. 낮은 구릉과 너른 평야가 편안하 게 펼쳐져 있다. 가장 높은 월곶면의 문수산이 해발 376m에 불과 하다. 한강 너머 북쪽은 북한 개풍군이다.
월곶면 조강리 애기봉에서 빤히 바라다 보인다. 헤엄쳐 건널 만 한 지척의 거리를 새들만 날아서 오가고 실향민들은 망원경으로 보면서 가슴을 친다.
한강이 싣고 온 토사가 쌓여 김포반도를 이루고 여기서 우리나 라 최초로 쌀 농사가 시작됐다. 고고학자들이 통진면 가현리의 이탄층을 조사해서 알아낸 바로는 그 역사가 기원전 5,440년까 지 거슬러 올라간다. 김포 쌀은 여주ㆍ이천 쌀과 함께 임금께 올 렸던 3대 진상미의 하나로, 지금도 없어서 못 판다.
김포는 98년 시로 승격됐다. 군으로 있을 때 9만 명이 안 되던 인구가 5년 사이 두 배 이상 으로 불어나 지금은 19만 명이 넘는 다. 서울과 붙어 있으면서 집 값이 싼 김포로 사람들이 계속 들 어와 지난 연말 한 달 사이에 1,077명이 늘었다. 벼가 자라던 벌 판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주민의 절반이 아파트에 산다.
인구가 워낙 폭증하다 보니 그 속도를 학교ㆍ도로 등 각종 기반 ㆍ편의 시설 확충이 따라잡지 못해 민원을 낳고 있다.
특히 김포를 관통해 서울로 가는 48번 국도는 출퇴근 시간이면 차량이 밀려 전국 최악의 교통 지옥 중 하나가 됐다. 시는 교통 난 해소를 위해 서울 지하철 9호선의 종점인 방화역에서 김포까 지 잇는 경전철 건설을 추진했지만 건설교통부와 기획예산처가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 사업이 유보된 상태다.
사람 뿐만 아니라 공장도 김포로 몰리고 있다. 벌판마다 컨테이 너 같은 공장 건물이 즐비하다. 서울 인천 등에서 밀려난 작은 공장들이 IMF 사태 직전인 96년 무렵부터 매년 300~400개 들어오 더니 무려 2,000개나 됐다. 지난해만도 200개가 넘게 더 생겼 다.
시에서는 등록되지 않은 공장까지 합치면 9,000개에 이를 것으 로 추산한다. 대부분 종업원 5~10명의 영세업체로 가구 공장이 3 분의 1 정도 된다.
자고 나면 공장이 생기자 주민들은 김포 전체를 공장으로 도배하 려고 하느냐며 시를 욕한다. 살기 좋은 전원도시이기는커녕 공 장 때문에 지저분하고 살기 싫은 김포가 되겠다며 항의한다.
한 주민은 시청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교통이 불편 하고 편의시설이 부족하면 공기라도 좋고 환경이라도 깨끗해야 하지 않느냐. 이사 온 게 후회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시는 공 장 인허가 요건이 느슨해 막을 길이 없다며 국회에서 법을 엄격 하게 고쳐달라고 호소한다.
김포는 한강 너머 코 앞이 북한인 데다 서울과 맞닿은 지역 특 성 때문에 군사보호시설구역,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의해 개발이 제한되고 있다. 그런데도 아파트와 공장이 정신없이 늘어나 난개 발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최근에는 수도권 신도시 후보지로 거론되면서 땅값도 들먹이고 있다. 겉보기에도 김포는 불안정하고 어수선해 보인다. 특히 고 층 아파트가 밀집한 장기동, 사우동, 풍무동 거리의 어지러운 간 판이나 보이는 건물은 모두 공장인 대곶면, 하성면 지역은 신흥 도시 김포의 미처 정비되지 않은 얼굴처럼 보인다.
취재에 동행한 시청 직원은 오늘의 김포를 ‘끓고 있는 팥죽’ 에 비유했다. 오랜 세월 약한 불에 뭉근히 끓던 것이 이제 막 부 글부글 끓기 시작했는데 맛있는 죽이 되느냐, 아니면 끓어 넘쳐 못쓰게 되느냐는 김포 주민이 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김포에 서 나고 자란 그는 “그래도 김포는 수도권에서 거의 마지막으 로 개발 잠재력이 있는 데다 옛 농촌 인심도 아직 살아있어 매력 이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불과 몇 년 사이 확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외곽으로 나가면 여전 히 시골이다. 특히 하성면 전류리에는 한강에서 최남단이자 유일 한 포구가 남아 있어 이채롭다. 29척의 소형 어선이 드나들며 참 게와 송어 황복 등을 잡는다.
깨끗한 물에서 사는 참게와 황복은 수질 오염으로 한동안 자취 를 감췄는데 5년 전부터 매년 수 만 마리의 치어를 꾸준히 방류 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참게와 참게장 판매업을 하는 전류리 주민 조방연(51)씨는 “한 15년 전만 해도 물갈이가 이뤄지는 장 마 때 말고는 물고기 보기가 힘들었는데 지금은 수질이 좋아져 연중 고기가 잡힌다”고 했다.
“봄에 잡히는 황복은 복집에서 1㎏에 20만원 넘게 팔리는 비싼 어종인데 한 번 쏟아졌다 하면 500~600㎏이 나와요. 옛날부터 맛 있기로 유명한 한강의 마포 아랫강 새우도 바로 여기 거지요. 잉 어도 많이 잡히면 하루에 50~60㎏ 됩니다. 이곳 어민의 연간 수 입이 4,000만원 정도로 어지간한 농사보다 훨씬 낫지요.”
그는 “강물이 깨끗해진 건 좋은데 한강 하류에 토사가 쌓여 물 흐름이 약해지고 있는 게 큰 일”이라고 했다. “수심이 깊어야 고기가 살 텐데 강바닥이 점점 높아지면서 없던 섬이 생겨나고 있어요. 토사로 한강 하구가 막히면 상류인 서울로 물이 역류하 지 않겠어요? 홍수를 막기 위해서라도 준설이 시급한데 김포시 나 서울시나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그도 김포의 공장 난립을 걱정했다. “공장 인허가를 그만 내줘 야지 이대로 가다간 지하수도 더러워서 못 먹게 되지 않겠느냐” 며 “살기 좋던 고향 김포를 잃어버릴까 걱정된다”고 했다. 현재 김포 사람의 60%는 최근 10년 사이 외지에서 들어 온 사람 들로 추산된다. 그에 따른 갈등도 없지 않다. 김포문화원의 유영 근 사무국장(49)은 “시 승격 초기만 해도 서울 등지에서 온 사 람들은 김포 주민들이 포용력이 없다고 하고 원주민은 원주민대 로 새로 온 이웃들이 잘난 척하고 배타적이라고 서로 불평했다” 며 “지금은 많이 나아진 편”이라고 했다. “시의 행정이 아무래도 새로 들어온 사람들이 몰려 사는 지역 위주로 이뤄지다 보니 원주민들은 상대적으로 배신감을 느끼죠. 시청 주변은 날로 좋아지는데 외곽 촌 동네들은 별로 달라지는 게 없다고 생각하면 화날 만도 하지요.”
그는 “너나 없이 한 집안처럼 가깝게 지내던 김포의 고유 정서 가 많이 흐려진 게 안타깝다”며 “주민이 융합해서 지역 정체성 을 새로 만들어가는 게 김포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글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금을 버린 포구’라는 뜻의 투금포(投金浦)가 경기도 김포시 의 옛이름이다. 거기서 첫 글자가 빠져 금포로 불리다가 김포가 됐다고 한다.
김포는 반도다. 서울 쪽에서 흘러온 한강이 김포반도를 끼고 북 서로 돌아 서해로 빠져 나간다. 낮은 구릉과 너른 평야가 편안하 게 펼쳐져 있다. 가장 높은 월곶면의 문수산이 해발 376m에 불과 하다. 한강 너머 북쪽은 북한 개풍군이다.
월곶면 조강리 애기봉에서 빤히 바라다 보인다. 헤엄쳐 건널 만 한 지척의 거리를 새들만 날아서 오가고 실향민들은 망원경으로 보면서 가슴을 친다.
한강이 싣고 온 토사가 쌓여 김포반도를 이루고 여기서 우리나 라 최초로 쌀 농사가 시작됐다. 고고학자들이 통진면 가현리의 이탄층을 조사해서 알아낸 바로는 그 역사가 기원전 5,440년까 지 거슬러 올라간다. 김포 쌀은 여주ㆍ이천 쌀과 함께 임금께 올 렸던 3대 진상미의 하나로, 지금도 없어서 못 판다.
김포는 98년 시로 승격됐다. 군으로 있을 때 9만 명이 안 되던 인구가 5년 사이 두 배 이상 으로 불어나 지금은 19만 명이 넘는 다. 서울과 붙어 있으면서 집 값이 싼 김포로 사람들이 계속 들 어와 지난 연말 한 달 사이에 1,077명이 늘었다. 벼가 자라던 벌 판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주민의 절반이 아파트에 산다.
인구가 워낙 폭증하다 보니 그 속도를 학교ㆍ도로 등 각종 기반 ㆍ편의 시설 확충이 따라잡지 못해 민원을 낳고 있다.
특히 김포를 관통해 서울로 가는 48번 국도는 출퇴근 시간이면 차량이 밀려 전국 최악의 교통 지옥 중 하나가 됐다. 시는 교통 난 해소를 위해 서울 지하철 9호선의 종점인 방화역에서 김포까 지 잇는 경전철 건설을 추진했지만 건설교통부와 기획예산처가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 사업이 유보된 상태다.
사람 뿐만 아니라 공장도 김포로 몰리고 있다. 벌판마다 컨테이 너 같은 공장 건물이 즐비하다. 서울 인천 등에서 밀려난 작은 공장들이 IMF 사태 직전인 96년 무렵부터 매년 300~400개 들어오 더니 무려 2,000개나 됐다. 지난해만도 200개가 넘게 더 생겼 다.
시에서는 등록되지 않은 공장까지 합치면 9,000개에 이를 것으 로 추산한다. 대부분 종업원 5~10명의 영세업체로 가구 공장이 3 분의 1 정도 된다.
자고 나면 공장이 생기자 주민들은 김포 전체를 공장으로 도배하 려고 하느냐며 시를 욕한다. 살기 좋은 전원도시이기는커녕 공 장 때문에 지저분하고 살기 싫은 김포가 되겠다며 항의한다.
한 주민은 시청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교통이 불편 하고 편의시설이 부족하면 공기라도 좋고 환경이라도 깨끗해야 하지 않느냐. 이사 온 게 후회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시는 공 장 인허가 요건이 느슨해 막을 길이 없다며 국회에서 법을 엄격 하게 고쳐달라고 호소한다.
김포는 한강 너머 코 앞이 북한인 데다 서울과 맞닿은 지역 특 성 때문에 군사보호시설구역,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의해 개발이 제한되고 있다. 그런데도 아파트와 공장이 정신없이 늘어나 난개 발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최근에는 수도권 신도시 후보지로 거론되면서 땅값도 들먹이고 있다. 겉보기에도 김포는 불안정하고 어수선해 보인다. 특히 고 층 아파트가 밀집한 장기동, 사우동, 풍무동 거리의 어지러운 간 판이나 보이는 건물은 모두 공장인 대곶면, 하성면 지역은 신흥 도시 김포의 미처 정비되지 않은 얼굴처럼 보인다.
취재에 동행한 시청 직원은 오늘의 김포를 ‘끓고 있는 팥죽’ 에 비유했다. 오랜 세월 약한 불에 뭉근히 끓던 것이 이제 막 부 글부글 끓기 시작했는데 맛있는 죽이 되느냐, 아니면 끓어 넘쳐 못쓰게 되느냐는 김포 주민이 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김포에 서 나고 자란 그는 “그래도 김포는 수도권에서 거의 마지막으 로 개발 잠재력이 있는 데다 옛 농촌 인심도 아직 살아있어 매력 이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불과 몇 년 사이 확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외곽으로 나가면 여전 히 시골이다. 특히 하성면 전류리에는 한강에서 최남단이자 유일 한 포구가 남아 있어 이채롭다. 29척의 소형 어선이 드나들며 참 게와 송어 황복 등을 잡는다.
깨끗한 물에서 사는 참게와 황복은 수질 오염으로 한동안 자취 를 감췄는데 5년 전부터 매년 수 만 마리의 치어를 꾸준히 방류 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참게와 참게장 판매업을 하는 전류리 주민 조방연(51)씨는 “한 15년 전만 해도 물갈이가 이뤄지는 장 마 때 말고는 물고기 보기가 힘들었는데 지금은 수질이 좋아져 연중 고기가 잡힌다”고 했다.
“봄에 잡히는 황복은 복집에서 1㎏에 20만원 넘게 팔리는 비싼 어종인데 한 번 쏟아졌다 하면 500~600㎏이 나와요. 옛날부터 맛 있기로 유명한 한강의 마포 아랫강 새우도 바로 여기 거지요. 잉 어도 많이 잡히면 하루에 50~60㎏ 됩니다. 이곳 어민의 연간 수 입이 4,000만원 정도로 어지간한 농사보다 훨씬 낫지요.”
그는 “강물이 깨끗해진 건 좋은데 한강 하류에 토사가 쌓여 물 흐름이 약해지고 있는 게 큰 일”이라고 했다. “수심이 깊어야 고기가 살 텐데 강바닥이 점점 높아지면서 없던 섬이 생겨나고 있어요. 토사로 한강 하구가 막히면 상류인 서울로 물이 역류하 지 않겠어요? 홍수를 막기 위해서라도 준설이 시급한데 김포시 나 서울시나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그도 김포의 공장 난립을 걱정했다. “공장 인허가를 그만 내줘 야지 이대로 가다간 지하수도 더러워서 못 먹게 되지 않겠느냐” 며 “살기 좋던 고향 김포를 잃어버릴까 걱정된다”고 했다. 현재 김포 사람의 60%는 최근 10년 사이 외지에서 들어 온 사람 들로 추산된다. 그에 따른 갈등도 없지 않다. 김포문화원의 유영 근 사무국장(49)은 “시 승격 초기만 해도 서울 등지에서 온 사 람들은 김포 주민들이 포용력이 없다고 하고 원주민은 원주민대 로 새로 온 이웃들이 잘난 척하고 배타적이라고 서로 불평했다” 며 “지금은 많이 나아진 편”이라고 했다. “시의 행정이 아무래도 새로 들어온 사람들이 몰려 사는 지역 위주로 이뤄지다 보니 원주민들은 상대적으로 배신감을 느끼죠. 시청 주변은 날로 좋아지는데 외곽 촌 동네들은 별로 달라지는 게 없다고 생각하면 화날 만도 하지요.”
그는 “너나 없이 한 집안처럼 가깝게 지내던 김포의 고유 정서 가 많이 흐려진 게 안타깝다”며 “주민이 융합해서 지역 정체성 을 새로 만들어가는 게 김포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글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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