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황호택/부모의 권리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840회 작성일 05-08-05 16:07

본문

며칠 전 스위스 대법원은 부모가 자녀를 훈육하기 위해 때릴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용인할 만한 정도를 넘어서 면 범죄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의부(義父)가 9세, 11세짜 리 자녀를 10차례가량 때리거나 발로 차며 귀를 잡아당긴 행위 에 대한 판결이었다.

이에 앞서 지방법원은 두 아이의 어머니 와 3년 동안 함께 사는 의부로서 아이들이 버릇없이 굴면 훈육 을 할 권리가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10번이나 때 린 것은 지나쳤고 특히 발로 찬 행위는 자녀교육 수단으로 정당 화될 수 없다며 지방법원의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북유럽 국가들은 가정이나 학교에서 어린이를 때리는 것을 형 사 범죄로 취급한다. 구미 국가에서 어린 자녀를 땡볕 주차장의 차 속 혹은 어른이 없는 빈집에 장시간 방치해놓았다가는 주민들 에 의해 고발돼 곤욕을 치르게 된다.



친부모라고 할지라도 자 녀의 건강을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 정 서적 성적 폭력, 가혹행위 및 유기행위를 하면 아동학대죄에 해 당한다. 이들 나라에서 내 자식이라고 내 맘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가는 큰코다치게 된다. 어린이도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주부가 세 자녀를 아파트 14층에서 떨어뜨 리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다. 일자 리를 구하지 못한 남편이 가출한 이후 이 여인은 파출부로 생계 를 이어왔다.



그녀의 친정어머니는 “오죽하면 그랬겠느냐” 고 오열했고 많은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하며 안타까워한다. 높 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사회 안전망을 제대로 갖추어놓지 못한 국가 사회의 책임을 따질 수도 있다. 이웃과 벽을 쌓고 사는 대 도시의 삭막한 인심과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탓할 수도 있을 것이 다.



▷그러나 비록 자녀를 부모 없는 고아로 만들지 않으려는 모정에 서 나온 극단적인 행동이었다고 할지라도 그녀의 행동은 엄연한 살인행위다.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지 않은가. 어머니의 살의를 알아챈 자녀들이 “엄마, 나 죽기 싫어”라고 외쳤다고 한다.



죽음의 공포에 맞닥뜨린 어린이들의 모습은 생각만으로 도 가슴 아프다. 뚜렷한 생계 대책 없이 자식을 대여섯명씩 낳 던 시절에도 ‘제 먹을 것은 제가 타고 난다’는 말로 위안을 삼 으며 자녀를 키웠다. 어린이들은 생명력이 강하다.



걸음마를 하는 유아도 일어섰다 넘어지기를 반복하는 가운데 외부 세계와 반응하며 사고와 적응력을 키운다. 그런 기회를 앗아가 버릴 권 리가 부모에게는 없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