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장수촌 ‘비만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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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7,302회 작성일 05-08-0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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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시민 3kg 빼기 대운동’.

1일 일본 오키나와(沖繩)의 우라소에(浦添)시에선 이 같은 이름 의 범시민 캠페인이 시작됐다. 듣기엔 장난스럽지만 ‘비만과 의 전쟁’에 나선 우라소에 시민들의 각오는 자못 비장하다. 세 계적인 장수국가 일본 내에서도 최고의 ‘장수촌(村)’으로 알 려졌던 이 섬마을이 미국식 생활습관의 영향으로 점차 ‘비만 촌’이 돼 가고 있는 탓이다.



지난달 31일자 뉴욕타임스는 최근 ‘다이어트’가 심각한 사회 적 이슈가 되고 있는 오키나와섬의 현황을 상세히 보도했다. 장 기간 일본 내 평균수명 1위를 자랑했던 오키나와 남성의 평균수 명은 최근 47개현(縣) 가운데 26위까지 폭락했다. 평균신장은 155cm 이하로 일본 내에서 두 번째로 작지만, 평균체중은 61kg 로 일본 내 최고다.



일본 최고의 ‘건강인’이었던 오키나와인들을 ‘비만 환자’들 로 만든 원흉으로는 미국식 식습관이 꼽힌다. 2차대전 직후 미 국의 지배를 받았고 현재까지도 수만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 는 이 섬에는 일찌감치 자동차와 쇼핑몰, 패스트푸드 같은 미 국 문화가 유입됐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오키나와의 젊은이 들은 장수 노인들이 고수해온 야채 위주의 전통 건강식 대신 햄 버거와 프라이드 치킨, 피자를 탐닉하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 는 “내 세대에는 나 같은 맥도날드 팬이 많다”는 수나카와 케 이(51)씨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1976년 처음 맥도날드 햄버거 를 먹었을 때 “그때까지 내가 먹어본 것 가운데 가장 맛있었 다”고 회상하는 케이씨는 지금 자신의 발을 보지 못할 만큼 배 가 나와 있었다.



실제로 오키나와는 일본에서 인구당 햄버거 매장 수(인구 10만 명당 8.19개)가 가장 많은 현(縣)이다. 오키나와의 현도인 나하 (那覇)시 주민들이 생계비 가운데 햄버거와 베이컨에 지출하는 비율은 다른 현도에 비해 각각 46%, 60%가 높다. 반면 샐러드 나 초밥의 경우는 각각 49%, 71% 낮다. 1980년대 승용차가 보급 된 이후론 운동량마저 줄었다.



오키나와타임스의 요나하라 요시히코(34) 기자는 언제부턴가 40 ·50대에 돌연사하는 남성들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오키나 와 전통식당을 운영하는 야마모토 아야카(69)씨는 전후 미군을 통해 처음 맛본 초콜릿과 소시지, 통조림 등이 이제 여기에 흔 해졌다며 “이는 단순히 건강뿐 아니라, 우리 문화 보호가 걸 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자연기자 ach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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