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싫어"…10대 거식증환자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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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986회 작성일 05-08-10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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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이(가명·12·여)는 키 152cm에 체중이 40kg이었다. 6학 년이 되자 성적이 떨어졌다.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중압감은 식 욕을 앗아갔다. 체중이 빠지기 시작했다. 43∼44kg은 돼야 정상 인데도 30kg까지 내려갔다. 거식증이었다.

6개월간 서서히 체중이 빠졌기 때문에 엄마도 눈치 채지 못했다. 다행히 뒤늦 게 발견돼 병원을 찾아 3개월간 입원치료를 받았다. 지금은 40kg으로 체중이 늘었고 공부에 대한 중압감을 해소하는 치료 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거식증은 17∼18세 이후에나 생기는 것 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 이슬이 사례에서 보듯이 10대 초반까지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백상신경정신과 식이장애클리닉의 조사 결과 거식증 환자의 35% 정도가 10대 청소년이었다. 이 중 30%는 초등학생이었다.



10대 환자 수도 크게 늘었다. 3년 전에는 매달 2명 정도에 불과 했지만 요즘에는 30명을 넘는다. 15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병을 먼저 이해하라=성인은 ‘몸짱’ ‘얼짱’ 등 외모를 중 시하는 문화, 가족력, 기질적 차이 등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10대의 경우 성적, 가족문제, 이성문제, 환경변화 등이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거식증 환자는 스스로에게 가혹하고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50∼70%는 우울증을 동반한다. 성인은 남녀 비율이 1 대 10 정 도로 여성 환자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10대 초반으로 가면 1 대 3 정도로 큰 차이가 없다.



사춘기 이전 거식증을 진단하는 명쾌한 기준은 아직 없다. 다 만 심한 체중감소, 의도적 감량, 월경중단 등 성인의 사례에서 유추할 따름이다.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다. 가족이 함께 치료 를 받는 게 좋다.



식사량을 늘려 정상체중을 회복하는 게 1단계다. 성장기 저체중 은 저신장, 발달장애, 뇌기능 저하, 뼈 약화 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단계가 끝나면 체중에 대한 집착이 사라진다. 이어 2단계에 서 공부, 가족문제, 이성문제 등 병의 근본 치료를 한다.



▽아이들을 관찰하라=거식증은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사전에 징후를 포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10대 환자들은 어른과 달 리 운동량이 많고 과잉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다.



가령 학교에 갈 때 일부러 먼 거리를 돌아간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뒤 다시 내려갔다 올라오기도 한다. 아예 계단을 오르내리기도 한다. 실내에서는 괜히 왔다 갔다 하 거나 제자리걷기를 한다.



성인 환자는 손을 입 안에 집어넣어 구토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10대는 이런 사례가 드물다. 10대 후반이 되면 이런 경 향이 나타난다. 어른과 비슷한 부분도 있다. 식사를 거부하고 저칼로리 음식만을 고집한다. 어른 못지않게 열량 계산을 잘하 며 체형과 체중에 심하게 집착한다.



식사하면서 사소한 것에 짜증을 낸다. 가령 “왜 콩이 10개냐, 5개면 충분하다”라거나 “반찬 수가 왜 두 가지 더 늘었느냐” 는 식이다. 음식을 조각내기도 하고 다른 접시로 자주 옮겨놓기 도 한다. 아예 음식을 숨기는 경우도 많다.



▽유사 거식증과 구별하라=아이들이 잘 먹지 않는다고 모두 거 식증일까. 그렇지는 않다.



대표적인 게 음식회피 장애. 잘 먹지 않아 체중이 줄어든다. 특 정 음식을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선택적 음식 장애도 있다. 특 정 장소에서 먹기를 고집한다. 학교 급식은 먹으면서 집에서는 안 먹는 식이다.



이 밖에 소량을 고집하는 식사제한 장애, 지독한 편식도 있다. 유사 거식증은 일단 병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거식증처럼 체 중이나 체형에 대한 집착이 없기 때문이다.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크며 생활에 별 지장이 없으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6개월 이상 계속된다면 병원을 찾는 게 좋다.



(도움말=백상신경정신과 식이장애클리닉 강희찬 원장, 영동세브 란스병원 소아정신과 송동호 교수)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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